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를 의결하며 LG화학(051910)과의 배터리 소송 관련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2공장 건설에 약 8,900억원(7억2,700만달러) 출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로부터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과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투자 목적을 밝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렸음에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ITC가 최근 조기 패소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결과가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ITC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최종 판결 시점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부품과 장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때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약 2조원의 금액은 물거품이 된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LG화학과의 합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ITC 역시 최종 판결 이전에 당사자들 간 합의가 이뤄지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합의금의 규모는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이른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은 선의의 경쟁 관계에 있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LG화학 측도 “남아 있는 소송 절차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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