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건빌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자치섬이며 면적이 9,300㎢로 제주도(1,848㎢)의 5배 크기다. 1768년 프랑스 해군이자 탐험가인 루이 앙투안 드 부갱빌이 처음으로 발견해 자신의 성을 따라 지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19세기 말에는 독일 식민지로 편입되면서 ‘저먼 뉴기니’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도 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을 즈음해 호주령으로 편입된 후 한때 일본의 점령을 받기도 했다. 이후 1957년 파푸아뉴기니 본섬과 함께 호주로부터 독립해 자치구로 남게 됐다.
작은 섬이 주목을 받는 것은 세계 최대의 노천 구리광산 ‘팡구나’ 때문이다. 내전을 거치며 폐광됐지만 지금도 구리 530만톤과 금 1,930만온스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는 식민지 시절 부건빌에서 구리를 집중적으로 채취해 갔으며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인프라 건설에 나서는 등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환경 오염과 비용 문제까지 겹친 구리광산의 복원 여부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맞서 갈등을 빚고 있다.
부건빌이 30만여명의 주민을 상대로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12월7일까지 800여개 장소에서 치러지는 투표 결과에 따라 독립이 성사되면 또 하나의 미니 국가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가 독립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오랜 식민지와 내전, 그리고 강대국의 간섭에 시달린 작은 섬나라의 운명을 보노라면 ‘자원의 비극’을 떠올리게 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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