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를 위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7일 방한했다. 드하트 대표는 지난 5일 3박4일 일정으로 국내 분위기 탐색을 위해 비공식 일정으로 방한해 우리 측 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 대사와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돌아간 바 있다. 방위비 협상이 본 게임에 돌입함에 따라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과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 입장을 고수하는 한국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는 상당하다. 미국은 9월과 10월 열린 1·2차 회의에서 한국에 올해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 상당의 분담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금액에는 주한미군 인건비(수당),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이 포함됐다고 전해졌다. 15일 방한했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고 말하며 공개 압박을 했던 만큼 드하트 대표도 우리 정부에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협상의 여지는 있다. 미국 조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가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드하트 대표가 지난 비공식 방한에서 미국의 ‘50억달러 청구서’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여론을 확인한 것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일미군 유지비용으로 기존의 4배에 달하는 80억달러를 일본 측 분담금으로 제시했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가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내 반미주의를 부추겨 동맹의 기초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