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전쟁은 정규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적 전쟁이 아니라 증거를 남기지 않고 비밀스럽게 특정 국가를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사이버 공격과 요인 암살, 외교관 테러, 무인기 공격 등도 이에 해당한다. 2001년 9·11테러와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달로 전쟁은 유혈을 동반한 국가 간 싸움이라는 고정관념이 흔들리게 됐다. 숀 맥페이트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책 ‘전쟁의 새로운 규칙: 지속되는 무질서 시대의 승리’에서 ‘전쟁은 갈수록 음지에서 벌어질 것’이라며 그림자전쟁 개념을 구체화했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직접 진격하는 대신 친러민병대 등을 동원한 것,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실시한 의혹 등을 사례로 들었다.
2011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그림자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6월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란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은밀히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비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나라가 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정규전과 비정규전에 대비하면서 그림자전쟁까지 펼치고 있다. 핵을 지닌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한반도에서는 평화도, 전쟁도 아닌 반(半)전쟁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자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완벽하게 대비해야 우리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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