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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파초선’ 권력과 네 개의 허들  

李 “작은 부채질에 세상 뒤집어져”

권력자·공직자는 국민 두려워해야

人事·트럼프 리스크 등 4대 장애물

역대정권 반면교사, 겸손한 국정을





폭염 속에서 ‘파초선(芭蕉扇)’이 화제다. 파초잎 모양으로 만든 부채로 중국의 고전 ‘서유기’에서 마법적 도구로 등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파초선 얘기를 꺼내 공직자들의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서유기에 손오공이 작은 부채인 파초선을 빌리러 가는 에피소드가 나온다”면서 “이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천둥·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 태풍이 불고 폭풍우가 오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이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괴력의 부채를 쥔 권력자와 공직자는 늘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내년 6·3 지방선거 때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민심의 중간 평가가 나온다. 현재 상당수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한다. 국민의힘이 계엄·탄핵 사태 이후 반성과 쇄신 없이 자중지란에 빠진 데다 야당의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니 여당이 완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나라 안팎의 정치·경제·안보 상황과 함께 민심도 급속도로 크게 요동치고 있는 만큼 내년 선거 판도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네 개의 허들이 연쇄적으로 닥쳐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정권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 실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등 인사 논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둘러싼 권력 내부 갈등 등이 거론된다.

새 정부의 첫 번째 허들은 역시 인사 문제다.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사퇴해 1기 내각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게 됐다. 특히 이 대통령과 가까운 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하려 하자 진보 성향 단체 등이 반발하면서 지지층 균열 현상까지 벌어졌다. 오죽하면 ‘현역 의원 불패’ 관행을 깨면서까지 사퇴 카드를 꺼냈을까.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은 2021년 “인사는 코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수차례 막말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직자 임용 관리 업무를 맡는 인사혁신처장이 실제로 이렇게 생각한다면 인사의 공정성·균형성을 지키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들을 법제처장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민정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법무비서관 등 핵심 요직에 배치한 데 대해서도 비판론이 나온다. 인사 논란 재발을 막으려면 국민 눈높이에서 능력·도덕성 기준을 세우고 검증 관리를 최측근 그룹이 아닌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두 번째 허들은 ‘트럼프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미 철강과 자동차에 고율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8월 1일부터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측에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과 대규모 대미 투자 등을 주문하고 있다. 한미 2+2 회의가 24일 돌연 취소된 것은 관세 협상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통해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력에 전략적으로 냉정하게 대응해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막고 국익·안보를 지킬 수 있다. 우리 협상팀은 여러 카드들을 총동원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일본의 15%보다 더 높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풀기 힘든 숙제를 안게 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넘어 농축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적정 수준의 시장 개방과 함께 한미 동맹 강화 의지, 친중 이미지 불식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장애물은 부동산 시장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 대책으로 일단 집값 급등의 불을 껐으나 주택 공급 확대 지연과 확장 재정정책 및 금리 인하 등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네 번째는 여권 내부의 권력 갈등 조짐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김무성 의원이 여당 대표로 당선된 뒤 여권 분열이 증폭돼 총선 참패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집권 50여 일을 맞은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지지율의 첫 번째 변곡점을 맞고 있다. 새 정부가 연쇄 리스크들을 잘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파초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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