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갈등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와 13일 공동주최한 ‘동북아 정세변화와 한일관계’ 정책세미나에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동북아 정세를 진단하며 정부가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최재성 민주당 일본경제침략특위 위원장은 “영구적 평화를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흐름과 헌법개정을 통한 패권의 꿈이 충돌하는 것”이라며 “경제 문제는 경제 문제대로 대응해야겠지만 외교 안보적으로 확장해 점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아베 정부는 전 세계가 오랜 시간 피와 땀으로 이룩한 자유무역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는 감정적 대응과 혐오를 극복하고 냉철한 이성에 기반해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종원 와세다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는 “지금 여러 나라들이 대국주의라는 전통적인 힘의 외교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확산해 강한 지도자를 원하게 되고 국민들의 인기를 끄는 지도자들이 나타나는 게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중 신냉전 상황에 최악은 한반도 분단이 구조화 되는 것”이라며 “신냉전을 극복할 탈냉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시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며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시야와 통찰이 있고 대립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자문위원인 송기호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냉정하게 긴 호흡으로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WTO 판결이 2~3년 이후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베의 선택지를 좁혀서 사실상 소멸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으로 일제의 식민지 불법 행위를 일본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일본에 국회 방일단과 일본에 다녀왔는데 일본의 정치인들 대부분은 1965년 한일협정체계가 지속 돼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아베 총리의 측근을 제외한 일본 자민당 내 많은 의원들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강 의원은 “배상·보상 문제는 한국 책임으로 일본이 배상·보상을 하면 협정체계를 깨진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한국정부·한국기업·일본기업이 참여하는 2+1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이 상호 대등한 관계 속에서 한일 간의 불행한 과거를 진정으로 성찰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미래의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가길 원한다”며 “3·1운동 100년이 되는 올해에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경제 자립을 추구하는 또 한 번의 독립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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