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6일(이하 중국시간 기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5% 높은 6.999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1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가치 하락)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미 시장환율이 역외와 역내 모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포치(破七)’를 기록한 와중에도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은 아슬아슬하게 6위안대에 머물러 있다. 숫자 ‘7’이 외환거래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이를 쉽게 넘을 수 없는 중국 금융당국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중국 정부에 위안화 가치절하는 ‘양날의 칼’이다. 미국이 부과하는 고율 관세의 타격을 상쇄하려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수출 가격경쟁력을 올려야 한다. 문제는 그에 따른 외국자본 이탈이다. 가뜩이나 무역전쟁의 여파로 외국 기업·자본이 속속 중국을 떠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하락할 경우 탈(脫)중국 현상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등락을 거듭했다. 미중 분쟁이 격화하면 위안화 환율은 상승하고, 협상이 진행되면 하락하는 추세가 반복됐다. 위안화 환율 상승은 중국산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을 낮춰 미국이 부과하는 고율 관세 타격을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다만 지난 1년여 동안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6.9위안대에서 움직이며 ‘1달러=7위안’의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았다. 미국은 수차례 ‘환율조작’을 언급했지만 중국이 적절한 개입을 통해 이를 피해온 것이다.
하지만 2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비협조를 이유로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금기’가 한순간에 깨졌다. 관세부과 예고 후 첫 거래일인 5일 위안화 환율은 순식간에 7위안선을 넘어섰다. 이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것으로 보고 시장이 ‘팔자’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위안화가 전체 통화 바스켓에 대해 안정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환율은 시장 수급과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을 반영한 것”이라고 시장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달러당 7위안 돌파에 인민은행이 일조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은 5일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6.9위안을 넘어선 6.9225위안을 기록했고, 7일에는 7위안까지 겨우 0.0004위안만 남겨둔 상황이다. 인민은행 기준환율이 7위안을 넘은 것은 2008년 5월9일(7.0005위안)이 마지막이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너무 나갔다 싶은’ 중국이 6일 오전 300억위안 규모의 중앙은행 증권 발행을 예고하면서 위안화 약세는 일단 진정됐다. 포치는 이어지고 있지만 인민은행이 급격한 위안화 약세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인민은행은 성명에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수준에서 기본적인 안정을 유지하도록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 관계자가 이날 수출 관련 외국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위안화 가치가 심각한 수준으로 계속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자꾸 올리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위안화는 기준환율의 상하 2% 범위에서 역내시장 거래가 이뤄지고 이는 다시 역외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민하는 중국 당국의 판단 여하에 따라서는 위안화 환율이 순식간에 치솟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베이징의 한 금융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수출 피해를 만회하고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위안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무역전쟁 결과에 달렸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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