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핵 균형론’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한국당에 ‘친일’ 프레임이 씌워지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논쟁적인 한반도 내 핵배치 문제를 들고 나와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도 연관돼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 등) 급변 사태 발발 시 미국은 일본·한국 등과 전략 핵무기를 공유하는 잠재적이고 논쟁적인 새 개념을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1일 북 미사일 긴급대책회의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식 핵 공유’와 비슷한 ‘한국형 핵 공유’ 등 핵 억지력 강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 공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모순되지 않게 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핵무장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 식 핵 공유는 나토 회원국 중 벨기에·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터키가 미국과 맺은 협정이다.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이들 회원국은 미국과 협의 후 미국이 관리하는 전술 핵폭탄을 전략폭격기 등에 탑재한 다음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와 유사한 우리 식의 핵 공유 등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한국 자체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는 대내외 여건상 쉽지 않다”면서도 “한반도 인근 영해 바깥 수역에 미 토마호크 등 핵 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상시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영해 밖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을 퇴색시키지 않고 반대세력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더해 미국과 핵 공유 협정까지 맺으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박맹우 사무총장도 “전술핵 재배치 등 북 도발에 상응한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대선 때부터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지만 여론은 나를 ‘전쟁주의자’로 몰았다”며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핵 균형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흔들 수 있고 총선을 겨냥한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 우익 세력과 닮은 ‘이란성 쌍둥이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태규·방진혁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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