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이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증액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7월 임시국회 소집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이와는 별도로 돌아가던 예결위 추경 심사도 멈춘 것으로, 추경의 국회 계류 기간이 사상 최장기간을 깰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단계에서는 예결위를 열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저는 지금부터 제 지역구인 경북 상주로 돌아가서 민원상담을 하며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추경 관련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일본 무역보복 대응 증액 요청이 8,000억원 가량이라는데 어떤 내용이냐고 구두로 물었더니 구 차관이 중복도 있고 여러 검토를 해보니 약 2,7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예산을 심사할 근거 자료도 없고 수치 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여서 예결 소위에서 소재부품 관련 대일의존도 현황이 어느 정도 되고 그에 관련된 연구개발(R&D) 예산을 구체적으로 보고해달라고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B4용지 한 장의 복잡한 수를 나열한 표를 들고 와서 잠깐 열람하고 돌려달라는 이야기를 해, 그런 보고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국익을 위해 (자세히) 보고할 수 없다는데,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도 국익의 한 측면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국가 예산 사용권을 아무런 통제 없이 ‘백지수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이런 자세는 국회의 재정통제권과 예산심사권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이 와서 추경을 해달라고 요청할 때까지 추경은 필요없다는 극언까지 했다”며 “여당이 과연 추경을 원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앞으로 상당기간 예결위를 열 수 없게 됨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경은 장기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22일로 89일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역대 세 번째로 오랜 계류 기간으로, 가장 오랜 기간은 2000년 107일이었고 두 번째는 광우병 촛불집회 때인 2008년 91일이었다. 다음달 9일이 넘어가면 역대 최장기간 계류 기록을 깨게 된다. 일각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추경이 무산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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