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석 전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이 유효한가’라는 물음에 “답변을 보류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손 대표가 4·3보궐선거 이후 거세진 퇴진 요구에 내건 ‘조건부 퇴진’ 약속을 사실상 번복한 터라 바른미래당 내 논란이 예상된다.
손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분열돼 싸움이 혁신위원회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지지율을 높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혁신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는 당의 내분과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가 돼 다음 총선에 대비하자는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결국 혁신위가 계파 싸움의 대리전이 되며 다시 혁신위원장을 선임한다 해도 위원회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앞서 한 약속에 대해 유보 쪽으로 돌아서며 퇴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터라 당내 갈등만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최고위에서도 손 대표 퇴진을 두고 ‘퇴진파’와 ‘당권파’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퇴진파인 권은희 최고의원은 “혁신위원장이 공석이라고 의결된 혁신안을 상정하지 말라는 당헌·당규는 없다”며 “손 대표가 당헌·당규를 중시한다면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이런 안건을 지정한 혁신위는 계파싸움의 연장이라 보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주대환 위원장 사퇴로 인한 혁신위 파행을 손 대표에게 책임지라는 식의 단식 농성을 하는 혁신위원들은 당을 살리는 위원이냐, 죽이는 위원이냐”고 비판했다.
혁신위는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의 사퇴로 현재 5명만이 남아 있으나 이날 손 대표에게 “혁신위가 본 위원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간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생각할 경우 유권해석을 통해 결론을 내려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손 대표에게 운영이 당헌·당규 위반에 해당하는지 사실상 결론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선 셈이다. 게다가 오신환 원내대표도 “당헌·당규 절차대로 혁신위가 의결한 내용을 최고위에 상정해 절차대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어 혁신위를 둘러싼 양측 간 불협화음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