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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내 아이에게 뽀뽀하지 말고 건강보험이나 고치세요”

빈난새 경제부기자





“저희가 검토해본 바에 따르면 버스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운행이 가능하고요.”

2년 전 7월, 광역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정부 여당은 버스 기사의 휴식시간을 늘리고 운수업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간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가야 할 길은 맞는데 버스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시 여당의 한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럴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예기간이 있고 정부 재정지원도 있으니 요금 인상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올해 2월, 정부는 시외·M버스의 요금을 평균 10.7%, 12.2% 올리기로 했다. 오는 9월부터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 인상도 대기 중이다.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2)씨는 “요금 인상은 이해하지만 안 오를 거라고 호언장담하고서는 올리니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든다. 정부의 선택은 특히 그렇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세금·공공요금·사회보험료 등등 국민이 내는 돈으로 굴러가는 정부에 다른 주머니는 없다. 정부 여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재정지원’도 현세대든 미래세대든 결국 국민의 부담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재인 케어, 탈원전은 서비스요금 인상, 건강보험료 인상, 전기료 인상으로 돌아온다. 돈으로 비용을 환산할 수 없는 선택은 더 많다. 일본이 경제보복의 구실로 삼는 ‘국가 간 신뢰 붕괴’처럼 외교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말처럼 이 길이 ‘가야 할 길’이라는 데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다. 버스 기사가 하루 18시간을 운전해도 합법이라면 그 법은 고쳐야 한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면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 어떤 비용을 얼마나 감수해야 할지는 가려둔 채 ‘좋은 길이니 일단 가고 보자’는 방식에 있다. 달콤한 말로 덮어두면 김씨의 배신감처럼 사회적 갈등 비용만 커진다.

“내 아이에게 뽀뽀하지 말고 가서 내 건강보험이나 고치세요(Don‘t kiss my baby. Go fix my healthcare).” 핀란드 출신 저널리스트 아누 파르타넨이 말하는 ‘핀란드인이 정치인을 대하는 신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성과 보고’에 열을 올리는 정부나, 정치 문제라면 묻고 따지기도 전에 찬양 또는 비판부터 하고 보는 우리 모두 한번쯤 새겨보면 어떨까.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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