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이 빠를수록, 생애 생리기간이 긴 여성일수록 만성 콩팥병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경이 늦을수록, 생애 생리기간이 짧을수록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높아졌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노지현 산부인과·구호석 신장내과 교수팀이 지난 2010∼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폐경기 여성 8,510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중 만성 콩팥병 환자는 10.2%(790명)였고 평균 초경 연령은 16.2세, 생애 생리기간은 32.4년이었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떨어져 오줌으로 배출되는 단백질의 양이 증가하거나 몸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사구체여과율이 60 이하(정상은 90 이상)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이 발병원인의 50%를 차지하며 고혈압·사구체신염도 주요 원인이다. 수년~수십년간 고혈당·고혈압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혈관·신경이 손상된다. 콩팥에서는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하는 혈관꽈리인 사구체(絲球體)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생리 시작 연령별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11세 이전 4.7%에서 13세 6.4%, 15세 8%, 16세 이후 10.9%로 2.3배까지 벌어졌다. 만성 콩팥병 발병에 큰 영향을 주는 고혈압 유병률도 11세 이전에 생리를 시작한 여성은 42.9%였지만 16세 이후 시작한 경우 52.9%로 높아졌다. 단백뇨 비율도 4.7%에서 5.6%로 증가했다.
생애 생리기간별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20년 미만 13.9%에서 30∼35년 9.8%, 40~45년 9.1%로 낮아졌다. 단백뇨 비율도 20년 미만 7.2%에서 40~45년 5.6%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노 교수는 “초경이 이를수록, 생애 생리기간이 길수록 만성 콩팥병 유병률이 낮아지는 것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에스트로겐이 콩팥 혈관과 콩팥 기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은 몸에 나쁜 저밀도지단백(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등 혈관을 보호하는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교수는 “생리기간은 에스트로겐 방출 기간을 의미하며 에스트로겐은 사구체 경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초경 나이와 만성 콩팥병 간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분석한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메디신’에 발표됐다.
만성 콩팥병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그래서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으면 말기 콩팥기능부전(신부전)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고혈압이 있거나 비만한 사람, 흡연자, 50세 이상, 콩팥질환 경력자, 가족 중 당뇨병·고혈압·콩팥병 환자가 있으면 정기적으로 혈액·소변 검사 등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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