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운동화 디자인이 노예제를 상징한다는 논란을 일으키자 판매를 중단했다.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민의례 기립을 거부했던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운동화 디자인이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항의한 이후 내려진 조치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이키 대변인은 “성조기의 초기 디자인이 그려진 ‘에어맥스1 퀵스트라이크 7월 4일’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이키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문제의 제품을 회수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현재 이 운동화는 나이키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도 사라진 상태다.
앞서 캐퍼닉을 비롯해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공개된 운동화의 옛 성조기 디자인이 “과거 노예제 시절을 드러내는 모욕적인 상징”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초기 성조기 제작자 이름을 따 ‘벳시 로스기’로 불리는 이 성조기는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난 1770년대 처음 고안됐다. 오늘날의 성조기와 달리 좌측 상단에 13개의 식민지를 나타내는 별 13개가 그려져 있어 노예제와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2016년 미시간주의 한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에서 학생들이 벳시 로스 성조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장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학교 담당자는 ‘백인 우월주의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비칠 수 있다며 지역 신문에 공개 사과했다.
한편 나이키는 지난해 9월 경기 시작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로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캐퍼닉을 나이키 30주년 대표 광고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낳았다. 당시 캐퍼닉의 행동이 ‘애국심 대 인종차별’이란 대립 구도로 비화하면서 나이키 광고도 반대 측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광고 이후 오히려 지난 4·4분기 매출은 4% 증가한 101억 8,000만 달러(약 11조 8,900억원)를 기록했으며 주가도 올해에만 15% 이상 올랐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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