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보호무역주의와 지구 온난화 문제 등 주요 이슈에 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지난 2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오는 205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해양방출을 ‘제로’로 만들고 이른바 ‘오사카 트랙’으로 불리는 데이터·전자상거래 유통에 관한 국제 룰에 대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하는 등의 성과가 도출되기도 했지만 미국의 일방주의로 다자주의 협의체인 G20의 위상은 크게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올해 정상회의는 G20 간 다자협의보다는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양자 간 ‘번외 회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G20 회의 자체의 존재감은 크게 흐려졌다. 경제·환경 문제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자며 창설된 G20 정상회의가 지난해 아르헨티나 회의에 이어 핵심 안건에 대한 결과 도출에 실패하자 일각에서는 G20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날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인 ‘오사카선언’을 발표하며 회의를 마쳤다. 의장국 일본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열린 시장을 만들기 위해 자유롭고 공평하며 무차별적이고 투명성이 있는 무역과 투자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표현은 미국의 반대로 결국 선언문에서 빠졌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이래 매년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으나 미국의 반대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공동성명에 이 같은 내용을 담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을 제외한 19개국 정상들은 ‘반(反)보호무역주의’ 표현을 넣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기후협정 이행에 관한 내용도 담기지 못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협정’이 언급되지 않을 경우 G20 공동선언문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지만 협정 탈퇴를 공언한 미국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오히려 성명서에는 “미국이 자국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리라는 것을 재차 말했다”는 미국의 입장이 그대로 담겼다.
회원국 대부분의 요구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밀리자 G20 위상 약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회의를 두고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공동성명에 대해 “의견의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대다수 회원국 목소리보다 미국의 주장만을 담는 등 의장국으로서 조정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 입장에서 G20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능력을 알리는 무대”라면서 “정권 유지를 우선시하는 외교는 위험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회의 기간 중 19명의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들과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친분을 과시한 것도 자국 내 유권자를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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