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시킨 혐의로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향후 경찰이 ‘원칙수사’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때문에 의원들이 소환에 계속 불응해도 사실상 강제 출석을 시키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는 내달 4일까지 채 의원을 감금했다는 혐의를 받는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한국당 의원들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 네 의원은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 의원을 감금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가 이에 대해 ‘표적수사’라며 “집권 세력 수사 없이는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같이 고소·고발된 여당 의원들부터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109명의 국회의원들이 고소·고발됐는데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의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원칙대로라면 경찰은 피의자가 소환을 여러 차례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해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앞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4월 초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자 경찰은 2·3차 소환통보까지 해도 안 되면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국회의원의 경우 불체포특권이 있기 때문에 체포영장 신청 절차는 다소 복잡해진다. 우선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은 검찰에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 법원이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면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구한다. 그러나 국회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다. 다만 불체포특권은 국회 회기 중에만 유효하므로, 현재 국회 정상화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선 체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계속해서 이처럼 출석에 불응해도 경찰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과연 원칙 수사를 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이러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전부터 국회의원 조사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별건으로 피고소된 국회의원들을 서면 조사만 하고 출석시키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른바 ‘5·18 망언’을 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서면으로만 조사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국회의원의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도 나왔지만, 정치적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조사 방식을 피하는 게 피해가 덜 할 거라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된 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불응 입장에 대해 “(현재로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만 밝혔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국회 선거제 및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이후 여야는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서로를 고소·고발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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