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는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며 애국적이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부유세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우리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의 11개 가문, 19명의 억만장자들은 내년 대선 주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전체 1%의 미국 부자 중에서도 10분의1에 해당하는 최고 부자들, 우리에게 적당한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제안했다. 이번에 뜻을 모은 억만장자에는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금융인 조지 소로스, 부인인 라이젤 프리츠커 시몬스와 임팩트 투자사 ‘블루헤븐이니셔티브’를 공동 설립한 이언 시몬스,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크리스 휴스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서한에서 “새로운 세수는 미국의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아닌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클린에너지’, 보편적 보육, 학자금대출 부담 완화, 인프라 현대화, 저소득층 세제 혜택 등 미래 ‘스마트 투자’의 실질적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서한을 보낸 부호들은 내년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부유세 공약을 언급했다. 워런 의원은 자산이 5,000만달러(약 577억원)가 넘는 자산가에게는 연간 2%의 세금을,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이상의 자산가에게는 3%를 부과하는 부유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워런 의원의 공약이 수백만 가구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사회환원을 위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해달라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록펠러가의 스티븐 록펠러와 월트디즈니의 아비게일 디즈니, AT&T 전 최고경영자(CEO)인 레오 힌더리 등 뉴욕에 거주하는 부호 40여명이 국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주지사와 주의회에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며 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30여년간 미국 하위 50%의 부는 9,000억달러 줄어든 반면 상위 1%의 부는 21조달러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경제연구국이 발간한 논문에서는 미국 0.1%에 해당하는 초고소득층이 미 전체 소득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1970년대 당시 상위 7%, 하위 90%의 소득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 10명 중 7명이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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