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하자 일본 정부가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나섰다. 한일관계 악화의 영향으로 오는 5월로 예정됐던 한일경제인회의가 9월로 전격 연기됐다.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리면서 출구를 찾지 못할 경우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지통신은 9일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경제에 동등한 손실을 주는 조치로 한국산 일부 물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축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관세를 매길 선택지로 이미 100개를 추려놨다”고 보도했다. 재팬타임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지난 8일 자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에서는 관세 인상 외에 일부 일본산 제품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대응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내 소식통들은 일본정부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는 경제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에 기초한 협의를 최대한 요청할 방침이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응할 조짐이 없다”며 “대항 조치는 한일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해당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한국 정부에 대한 협의 요청을 중단하고 청구권협정에 따라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전환할 예정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본 자민당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협의에 응하지 않자 주한 일본 대사의 소환과 방위 관련 물품 수출규제, 한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 등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이 올 초부터 나왔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말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 등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1인당 1억~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미쓰비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지난 1월 별세한 김중곤 씨를 제외한 원고 4명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미쓰비시가 소유한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한 압류 신청을 냈다.
한일 관계가 좀처럼 회복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악화 되는 가운데 한일경제협회(KJE)는 애초 오는 5월 13~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가 9월 이후로 연기했다. 협회는 “최근 한일관계는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양국 교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양국 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회의의 내실화 및 성과제고 등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회의 개최를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일경제인회의는 지난 1969년부터 양국 경제계의 상호이해와 친선 도모, 무역·산업·기술협력 등의 경제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로 연 1회 양국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된다. 일각에서는 한일경제인회의가 열리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한일경제인회의가 최소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 측에는 이번 한일경제인회의 최소와 관련해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일본내에서는 기업들이 한국인 채용을 줄이는 등 직간접적인 경제보복 조치가 뒤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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