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티셔츠에는 ‘올리버를 위해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을 거야’라는 문구에서부터 ‘아빠를 위해’ ‘엄마를 위해’ ‘제프를 위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또 다른 셔츠에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위해’라고 쓰여 있었다.
이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자살예방센터인 ‘미국자살예방기금 (AFSP·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이 마련한 자살 유가족들을 위한 행사 참여를 위해 모여든 것이다.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자 자살로 잃은 가족을 추모하거나 유가족들인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고 자살에 대한 편견을 벗겨 내기 위해 밤새도록 필라델피아 전역 16.7마일을 걸었다. 다음날 오전5시에 출발점으로 돌아온 이들은 처음 보는 유가족들을 서로 포옹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행사는 2004년에 시작된 뒤 매년 열리며 참가자 규모는 첫해에 4,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전국 350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려 25만명으로 늘어났다.
AFSP의 한 관계자는 “유가족 걷기대회 성격인 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유가족들로 이들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며 “매년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는 자살 유가족들은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고인을 드러내놓고 추모할 수 있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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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에서는 자살 유가족들이 모여 만든 AFSP가 유가족이 겪은 고통의 경험을 살려 새로이 발생하는 유가족에게 치유의 기회를 마련하는 등 자살 유가족의 사회 참여는 두드러진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자살 유가족들은 남몰래 아픔을 감추며 외부와 스스로 격리한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장진원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자살로 가족을 잃으면 어떤 분들은 하루 만에 장례를 마치거나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장례를 치르지 않는 유가족도 있다”면서 “특히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말할 정도로 자살을 감추고 숨기에 급급해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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