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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의 죽음 무릅쓴 독립의지, 친필로 만난다

■3·1운동 100주년 '자화상-나를 보다' 특별전

日검사 요구로 옥중서 작성한

한용운 '조선독립의 서' 육필원고

김구의 유묵 '한운야학' 첫 공개

당대 대표하는 서화 작품도 전시

내달 1일부터 서울서예박물관서

만해 한용운이 옥고를 치르던 중 일본인 검사의 요구에 답한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사진제공=예술의전당




“그 말을 다하자면 매우 장황하므로 이곳에서 다 말할 수 없다”

만해 한용운은 3·1운동 이후 옥중에서 일본인 검사로부터 취조를 받던 중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만해는 붓과 종이를 달라고 요구한 뒤 참고서 하나 없이 53장에 걸친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를 써내려갔다. 만해의 정신이 구체적으로 담긴 옥중독립 선언문이다. 이 육필원고가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가 마련된다.

예술의전당은 다음달 1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자화상(自畵像)- 나를 보다’ 특별전을 개최한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근대 인물들의 친필과 20세기 한국의 대표적인 서화미술 작품들이 다수 공개된다. 우선 한용운의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육필 원고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원고는 만해가 1919년 7월 10일 옥중에서 일본인 검사의 요구로 작성했다. 한용운의 옥중 생활을 뒷바라지한 김상호를 통해 임시정부에 글이 소개됐고, 독립신문에도 실렸다. ‘조선독립의 서’란 제목으로 출간돼 내용은 알려져 있지만 육필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친필 초고본은 글쓴이의 정신이나 성정 기질까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옥중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일필로 한 호흡에 쓰여 졌다는 것은 책상에서 쓰는 논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용적으로도 무애, 즉 자유·평등·평화를 화두로 하는 만해 사상이 하나로 용해된 결정체”라며 “현재 알려진 20여 종 독립선언서 중 최고수준에 이른 걸작”이라고 말했다.



또 한용운이 3·1운동 주역인 길선주·김선두·김완규·이갑성·최남선·함태영 등의 심정을 받아 적은 ‘3·1독립운동 민족대표들의 옥중시(諸位在獄中吟)’의 존재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감옥에 갇혀있던 이들 민족대표들의 옥중 소회를 살펴볼 수 있다. 이 두 유물은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던 1948년 8월 15일 백범 김구가 경교장에서 남긴 친필 글씨.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던 1948년 8월15일 백범 김구가 경교장에서 쓴 친필 유묵 ‘한운야학(閒雲野鶴)’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유물은 백범의 주치의이자 미술 컬렉터였던 수정 박병래(1903∼1974) 선생이 보관하고 있던 것을 성베네딕도수도원이 이어받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한운야학’은 ‘한가로운 구름 속 들판 위의 학’이라는 뜻이다. 남북 통합정부 수립의 뜻이 좌절된 순간의 애달픈 심정을 글씨로나마 느낄 수 있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의전당이 소장한 등록문화재 제664-1호 ‘3·1 독립선언서’, 흥선대원군이 그린 ‘총란도’, 우당 이회영과 이육사가 남긴 ‘묵란도’, 창덕궁 희정당 벽화를 그린 서화가 김규진의 회화 ‘금강산 삼선암’도 볼 수 있다. 조선 말기 고종에서부터 해방 후까지 친필 유묵을 통해 격동의 세월을 거쳐간 인물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고 장승업에서부터 고희동을 지나 이쾌대까지 지난 100여년간 서화 미술의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독립운동가 친필부터 당대 최고 서화가의 작품까지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인물의 서화, 유물, 사진을 만날 기회”라며 “당대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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