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운동선수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지도자는 법원 확정판결 전이라도 체육계에서 영구제명된다.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민사 소멸시효를 20년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스포츠계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빙상계에서 촉발돼 유도·태권도 등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지도자들의 성폭력·폭행 등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대응책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체육계 성폭력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은 물론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교육 방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당정은 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체육 지도자가 선수를 대상으로 성폭행이나 폭행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 법원 확정판결 전이라도 지도자 자격을 정지하고 영구제명하도록 할 방침이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불이익 처분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체육 지도자 연수 과정에서 폭력 방지 및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스포츠윤리센터를 별도 기관으로 독립시켜 공정하고 합당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통해 성폭력 관련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상 소멸시효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멸시효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성폭력 사실을 인지한 날부터 5년, 성폭력이 발생한 날부터 20년(현재 각각 3년,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자·조력자 등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고 위반 시 벌칙규정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체육 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근절하려면 ‘성적주의’를 바탕으로 한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인재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가칭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선수 인권보호와 엘리트 중심의 선수 육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한다. 위원회는 일부 종목에서 드러난 체육단체조직 사유화 등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아래에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설치해 신고된 성폭력 피해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전수 실태조사도 추진할 방침이다. 징계를 받은 체육 지도자가 현업에 복귀할 수 없도록 체육 지도자의 징계·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유 부총리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제기돼왔고 굉장히 뿌리 깊은 문제”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학교 운동부에 대한 근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동영·임지훈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