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올해부터 적용될 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과 워싱턴DC를 오가며 수차례 협상했지만 결국 결렬돼 차기 협상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이 한미훈련 영구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요구하며 한미 동맹에서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고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훈련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고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 중지돼야 한다”며 기존의 “예년 수준의 한미훈련은 이해한다”는 것에서 말을 바꿨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한미 간 사이를 벌려놓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은 추가 비핵화 조치 없이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반면 우리는 경협이 추가 비핵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결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돼야 김 위원장이 서울을 갈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 교수는 “신년사를 보면 ‘우리 민족끼리’라는 자주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남남갈등을 노린 부분”이라고 짚었다. ‘엄연히 주권이 있는데 왜 미국 눈치를 보느냐’는 남한 내 여론을 자극해 국론 분열을 노렸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회고하며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마음과 힘을 합쳐 나간다면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게,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주었다”고 평가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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