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수사관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며 보고서 목록을 공개했다. 그는 “최경환 전 부총리, 고건 전 총리의 장남 고진씨, 조선일보 사찰 내용 등이 있다”며 “이 목록만 보면 민간인 사찰이 마구잡이로 있었던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한국당이 문제제기를 한 주요 목록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먼저 목록에는 지난해 7월 작성된 것으로 나타난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관련 동향’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 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 취임 직후 이인걸 특감반장이 ‘우리는 이전 정부와 다르다. 이런 정보는 수집하지 말라’고 제재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박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 비위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목록에는 지난해 9월22일이라고 적힌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상임위원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갈등’ 파일도 있었다. 박 비서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대통령 비서실 직제 7조 2항에 따라 사실확인을 한 뒤 조국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목록에는 ‘조선일보, 청와대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중’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거래 혐의 취재 중’이라는 각각 올해 7월24일, 8월6일로 표기된 파일도 있었다. 박 비서관은 “당시 김 수사관이 지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 공모가 7월26일에 있었다”며 “이 시기 김 수사관의 마음이 딴 데 가 있었던 것 같다. 정보지 수준의 보고였고 이 특감반장은 언론사찰의 소지가 있으니 하지 말라고 하고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특감반장으로부터 승인 신호를 받고 보고서를 쓴다고 말해 김 수사관의 윗선에서 관련정보 수집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목록에는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1월19일이라고 표기된 파일이 있다. 청와대 직원이 민간인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적절한지와 사실상 민간인 사찰이라는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김 수사관을 정식 고발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여당은 운영위를 소집해 진실을 같이 밝혀야 한다”며 “검찰이 김 수사관에 대한 수사의 칼을 휘두르려 한다면 우리는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이 모든 부분이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을 숨기지 말고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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