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괴리율이 커지고 있다. 괴리율이 벌어진 ETF에 투자하면 기준가 조정 등을 통해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412개 ETF 중 올 하반기 들어 하루라도 괴리율이 1% 이상을 기록한 상품은 총 11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국·베트남·인도·필리핀 등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더 큰 변동폭을 보였던 신흥국 ETF 위주로 괴리율이 높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는 지난 6월부터 이달 12일까지 5개월 동안에만 괴리율이 1% 이상 벌어진 날이 27일에 달했다. 8월20일과 10월12일에는 괴리율이 각각 4.62%, 4.76%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심천차이넥스트(합성)’는 26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와 ‘KINDEX 골드선물 인버스2X(합성 H)’ 역시 각각 23일에 달했다.
괴리율은 ETF가 실제로 거래되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iNAV) 간 차이를 말한다. 괴리율이 커졌다는 것은 실제가치와 동떨어지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자가 보유 ETF를 매도한다면 투자자는 기준가 조정에 따른 자산가치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은 주로 해외 ETF의 괴리율이 커진 데 대해 ‘변동성 커진 증시’와 ‘시간 차’를 이유로 꼽는다. 여러 주식이 담긴 지수를 추종하다 보니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지수가 포함하고 있는 개별 종목의 주가를 실시간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해외시장의 경우 국내와 거래 시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ETF운용팀장은 “해외와 국내의 거래 시간 차이 때문에 주로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신흥국 증시가 출렁이면서 개별 종목을 묶어 파는 ETF의 가치 측정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괴리율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 괴리율은 ‘레버리지’같이 국내 증시 벤치마크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선물 ETF에서도 나타난다. 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300레버리지’는 괴리율이 4.12%에 달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 등에서 내놓은 코스닥150지수 레버리지 ETF가 괴리율 1%를 넘은 날도 14일에 달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물시장은 3시30분에 끝나지만 선물시장은 3시45분에 마감한다”며 “15분간 위아래로 크게 움직일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 같은 선물 상품에서는 괴리율이 더 크게 발생한다”고 했다. 또 “상장된 지 얼마 안 돼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의 경우 개인 투자의 적은 거래량으로도 괴리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TF의 특성상 괴리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3년 말부터 국내 ETF는 1%, 해외 ETF는 2% 이상 괴리율이 발생하면 초과사실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괴리율이 6% 이상 발생할 때는 분기별 유동성공급자(LP) 평가에 반영한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괴리율이 1%를 넘었다고 공시한 ETF는 총 694개다. 지난해 (449개)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10월에만 100개의 ETF가 괴리율 1%를 넘었는데 이는 월간 기준 최고치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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