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와 같은 사설탐정을 합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는 등 십수년째 공회전을 해온 사설탐정 법제화가 이번에는 현실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4일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경찰청은 5일 국회에서 ‘신 직업으로서 공인탐정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경찰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 의원은 토론회를 통해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 초 공인탐정법안을 직접 발의할 예정이다. 이미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 안이 모두 올라오게 되는 셈이다. 탐정의 합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해 관련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사실 탐정제도를 합법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때부터 법안이 발의돼 10년 넘게 논의가 진행 중이다.
탐정 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심부름센터·흥신소 등을 통해 반복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국가가 탐정을 등록·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심부름센터만 1,574개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들이 의뢰받은 대상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미행하는 등 불법으로 뒷조사해 경찰에 적발된 것도 다수다.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가가 자격시험을 시행해 시험을 통과한 자만이 탐정으로 활동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탐정이 할 수 있는 업무도 미아·가출인·실종자·소재불명인·불법행위자에 대한 소재 파악과 이에 대한 사실 조사 등으로 제한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제도적으로 사설탐정 활동이 사실상 금지된 곳은 한국뿐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5만~6만여명의 사설탐정이 활동 중이다.
탐정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탐정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권 침해 행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변호사와 경찰 등 기존 직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과거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필요성이 전무하고 개인정보 침해 등 불법과 전관비리를 조장해 국민들에게 부담만을 안기는 공인탐정법안 제정에 반대한다”면서 “앞으로도 탐정법의 입법시도가 계속될 경우 결코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장은 “성매매 업소 출입 여부를 조회해주는 ‘유흥탐정’과 같은 불법 행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공인 탐정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일본 등 세계적으로도 국가가 탐정을 관리 감독하는 추세에서 이번 기회에 제도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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