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일 3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후 이제 ‘칼자루’는 시의회가 쥐게 됐다. 서울시교육청 예산과 기금조성액 등을 포함해 50조원에 육박한 예산의 심사를 지휘할 김광수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봉)은 ‘단기 아르바이트(알바)’, ‘시민단체 중심’, ‘중복성 복지’ 예산에 대해 철저히 심사·검증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민주당 예산 프리패스’ 우려를 씻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강도 높은 예산 심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의회 총 의석 110석 중 102석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돼 ‘졸속 심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예산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은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선 7기 첫 본예산에 대한 심사를 지휘할 김 위원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는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기 위한 단기 알바성 일자리 사업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시가 재정을 먼저 투입해 일자리를 직접 창출할 필요성은 있지만 시장 상황에 신축적일 수 없고 장기간 유지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랏님도 해결 못하는 가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직접 일자리 창출이 아닌 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간접적 재정지원 정책이라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복지사업이 상당부분 중복된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낭비성 예산이 있는지 검증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복지예산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신경 쓰는 부분은 시민단체 지원 예산이다. 김 위원장은 “박 시장이 시민단체 출신이어서 복지 정책도 이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관련 사업에 예산이 쏠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지방선거 때의 공약을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급성·필요성·시기조정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심사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급한 정책인지, 시기 조정 여지는 없는 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대해 김 위원장은 “서울시는 일반회계 세입의 76% 이상이 지방세 수입이어서 상환 부담이 장기적으로 누적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정의 견제자로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서울시 예산이 될 수 있도록 심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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