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58·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소환 조사한다.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사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당시 윗선에 대한 본격 소환 조사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에게 오는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11일 통보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연이어 지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재직 시절 법관 사찰은 물론 재판거래 등 과정에서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지연시키는 과정에 임 전 차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 판결을 늦춰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낸 정황도 포착했다.
임 전 차장은 또 전교조 집행정지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2014년 10월 고용노동부 측 재항고이유서를 대신 써주고 청와대를 통해 노동부에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법관 사찰, 사법행정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한 판사들로부터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썼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만큼 그를 상대로 각종 의혹에 실제 개입·관여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임 전 차장 소환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양승태 사법부 ‘윗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 전 차장에 이어 전직 대법관에 대한 줄소환이 현실화할 경우 수사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마무리될 수 있다”며 “임 전 차장이 입을 여느냐에 따라 수사가 양 전 대법원장까지 향할 수 있을지, 또 어느 선까지 재판에 넘길 수 있을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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