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클수록 하지정맥류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 전문의인 에릭 인겔손, 니콜라스 리퍼 교수팀이 영국의 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50~63세(평균 58세) 남녀 49만여명 중 34만여명(하지정맥류 환자 9,577명 포함)을 대상으로 하지정맥류 위험인자를 분석한 결과다.
키가 큰 상위 25% 그룹은 키가 작은 하위 25% 그룹보다 하지정맥류 발생률이 1.74배 높았다.
인겔손 교수는 “키가 크면 혈액을 심장 쪽으로 쏘아 올리는 데 추가적인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키가 10㎝ 커질 때마다 하지정맥류 위험이 1.25배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 판막이 손상돼 다리 쪽에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이 역류해 피부와 가까운 정맥벽이 늘어져 부풀고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온 것을 말한다.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다리가 피곤하고 무겁게 느껴지며 오랜 기간 지속되면 부종·색소침착·피부염·궤양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나이가 많거나, 여성이거나, 과체중이거나, 임신 중이거나, 심부(深部)정맥 혈전증 병력이 있으면 하지정맥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심부정맥 혈전 위험이 커지는 등 둘 간에 유전적으로 강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리 깊숙한 곳에 위치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심부정맥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나와 혈관을 돌아다니다 폐동맥(전신을 돈 혈액에 산소를 싣기 위해 심장의 우심실에서 폐로 보내는 혈관)을 막으면 폐동맥색전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하지정맥류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8만명쯤 된다. 여성이 68%로 남성의 2.1배였고 40대 이상 연령층이 79%를 차지했다.
하지정맥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져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 고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는 “평소 다리가 자주 붓거나 무거운 증상이 있고 특히 밤에 저림·경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장시간 서 있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 짠 음식, 흡연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과 몸무게 유지, 수면 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