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각종 친기업 정책과 부유세 축소 등으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0억유로(약 10조4,000억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하는 빈곤퇴치 계획을 내놓았다. 프랑스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빈곤층 지원을 통해 취임 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파리인류박물관에서 정책 설명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빈곤층에게 직접 생활비를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활동보편소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노령자최소생계비지원·기초생활수급제·장애인복지지원금 등을 융합, 간소화하는 이번 빈곤 대책에는 향후 4년간 약 80억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프랑스 정부는 예측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복지 모델은 사람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충분히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내놓은 대책들은 자선 정책도, 빈곤 속에서 조금 더 잘살도록 하려는 정책도 아닌 빈곤 탈출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중간소득의 60% 이하를 버는 빈곤층은 총 900만명가량이며 이 중 어린이가 3분의1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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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빈곤 지역 초등학교에 아침 급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을 위해 2020년까지 300개의 보육원을 확대 설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 18세 미만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의무적으로 직업교육을 받게 해 구직능력을 증대시키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크롱 정권이 부유세 축소를 통해 부자들이 4년 동안 아끼게 되는 추정금액 200억유로와 비교하면 이번에 발표한 빈곤 대책의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대책으로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지난해 5월 집권 이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빈곤퇴치 대책은 환경장관의 사임과 측근의 경찰관 사칭으로 곤혹을 겪은 마크롱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다시 찾고자 하는 주요 도구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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