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수가 되고 싶었던 고등학교 때 꿈을 ‘기업가 문익점’이라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루게 됐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인들이 문익점을 통해 동반 성장의 각오를 다지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떨쳐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동한(71·사진) 한국콜마 회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부터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했던 역사에 대한 오랜 열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 회장이 지난 1일 펴낸 ‘기업가 문익점’은 총 7장에 걸쳐 목화로 한반도에 섬유직물 산업의 혁명을 일으킨 과정을 철저한 기록 수집과 고증을 통해 서술해 눈길을 끈다. 그는 문익점이 목화씨를 몰래 숨겨 들어온 사건과 그 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들에 매료돼 펜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역사 에세이 형식을 취한 이 글에는 30년간 기업을 이끌며 경영자로서 경험하고 깨달았던 교훈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윤 회장은 “매일 새벽 신문이나 책을 읽기 위해 서재로 가는데 어느 날인가 문익점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다 우리가 단편적으로만 알던 문익점이라는 사람의 ‘기업가 정신’을 만나고는 강렬한 희열을 느꼈다”며 “사료를 모으는 데 3년 정도 걸렸고 집필은 반년 정도 소요됐다”고 회고했다. 기업 경영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분주한 나날이었지만 오히려 윤 회장은 후대에 바른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남평 문(文)씨 대종회까지 직접 찾아가 자료를 발굴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인터뷰 도중에 “문익점이야말로 지금을 살아가는 기업인들이 좇아야 할 삶을 살아낸 인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책에도 문익점이 중국에서 붓 대롱에 목화씨 숨겨 들여온 후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준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윤 회장은 문익점이 재배기술과 종자 개량기술을 확보하고 목면을 제조하는 기술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신기술 도입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도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익점은 목화씨로 독점적인 지위와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백성들에게 목화씨를 무료로 나눠주고 재배기술 등을 대가 없이 공유한 기업가로 지금으로 보면 ‘사회적 기업가’의 선두자적 면모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회장은 유교문화의 영향과 급속한 산업 발전의 부작용으로 올바른 기업인 정신이 오롯이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유교문화 때문에 상업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았다”며 “지금도 여전히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데 그런 만큼 더욱더 문익점이 보여준 지속 경영과 사회공헌과 같은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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