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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고 나면 바뀌는 정책 국민불신만 키운다

전세자금 대출 제한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르면 다음달부터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이 넘는 가구는 전세보증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었지만 30일 입장을 바꿔 무주택자에 한해서는 소득제한 없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주택자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행 방침이 알려진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집 없는 사람은 전세도 안 되고 월세로만 살아가라는 것이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허둥지둥 봉합에 나서는 모양새다.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던 사안이다. 부부합산 소득 연 7,000만원을 고소득자로 분류한 것을 놓고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집값 급등의 원흉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중산층과 실수요층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있는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을 8,500만원으로 올린 것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 계속된 지적에도 방치하고 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부랴부랴 안정대책이라며 시행을 서둘렀고 이게 결국 문제가 됐다.

자고 나면 뒤집히는 정책은 전세대출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처리를 당부하고 여야가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규제프리존법은 야당 아닌 여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도 여론을 의식한 대통령과 정치권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역시 서울시와 정부의 엇박자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약이든 정책이든 잘못됐으면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잦으면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기업과 시장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로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동산·금융 규제로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고통받는 민생경제를 위해 필요한 방안이 무엇인지 정책 제안부터 검토·수립·시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특정 이념이나 정파적 성향을 배제하고 긴 안목으로 정책을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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