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나 기술 하나로 무장해 적자생존의 세계에 뛰어든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들은 세무·법률 등의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무신고 실수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부과받고 특허 등록 미비로 기술을 빼앗기거나 소송에 휘말려 사업을 접기도 한다. 창업 3~7년 사이에 직면하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통과해 스타트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 조세·상법 관련 자문이 필수요소로 꼽히는 이유다.
스타트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면 어떨까. 법무법인 바른의 ‘스타트업지원센터’는 이 같은 고민 끝에 올해 5월 탄생했다.
바른 스타트업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응세 변호사는 16일 서울 강남구 바른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법무법인이 가장 잘하는 일은 법률지원이지만 센터의 명칭에서 ‘법률’을 뺀 이유는 그만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다양한 방면에서 스타트업을 돕겠다는 의미”라며 “법률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일상적인 업무과정에서부터 꼼꼼히 점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의 설명대로 바른 스타트업지원센터는 변호사뿐 아니라 회계사와 변리사 등 8명의 전문인력을 총동원해 꾸려졌다. △인수합병(M&A) △지식재산권(IP) △회사 일반 △조세 등 총 4개의 분과위원회로 구성돼 스타트업 운영의 모든 사안을 다룬다.
센터 출범 후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의뢰는 IP 관련 사안이다. 최근 바른에 의뢰해온 한 스타트업은 자문 과정에서 사업에 활용할 캐릭터의 기존 저작권이 살아있는 것을 발견했고 라이센싱을 맺는 쪽으로 조언을 받아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무사히 제조에 착수하게 됐다. IP 파트장으로 있는 오성환 변호사는 “국내 많은 스타트업이 기술로 승부하다 보니 특허나 상표·디자인권 등의 이슈가 많다”며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법무법인에 가서 자문받는 것을 치과 치료처럼 무섭다고 비유하곤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예방 차원에서 치과에 자주 갈수록 큰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 것처럼 자문을 받으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른 스타트업지원센터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 중 하나는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라’는 것이다. M&A 파트장인 안윤우 변호사는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투자자 또는 다른 기업과 계약할 때 계약서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서 내 작은 조항들도 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만 대충 읽고 넘겼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긴 뒤에 계약서를 확인하면 이미 늦었다는 설명이다. 안 변호사는 “법인이 아닌데도 명의자에 회사 이름을 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임원 승인이나 주식 처분 시 투자사의 동의를 받도록 계약해놓고도 해당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 서명 전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협의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안 변호사의 조언이다.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미나도 진행할 예정이다. 자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업에 성공한 사례들을 모아 발표하고 보고서를 발간하는 일도 준비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한화 드림플러스를 비롯해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와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창업지원기관에서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현장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며 “스타트업에 한 발짝 먼저 다가가 친밀감을 높이고 의사소통을 늘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스타트업이 기업 경영에 전념해서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싶다”며 “바른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통적인 법률서비스 외에 금융 등 스타트업에 필요한 다양한 조언을 제공해 단순 법률지원센터를 뛰어넘겠다”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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