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서울 아파트 전용84㎡ 전세 가격이 12%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27 대책 이후 매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신규 입주물량도 감소하는 가운데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2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3년 상반기와 2025년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7,878개 단지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23년 상반기 5억 3760만 원 이었던 서울 전용84㎡ ‘국민평형’ 전세가격은 2년 만인 올해 상반기에 6억 196만 원을 기록하며 6435만 원 급등했다. 집토스 관계자는 “2년 전 전세 계약을 했던 세입자가 같은 집에 계속 살기 위해, 2년 간의 소득 대부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세입자가 느끼는 압박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났으며, 일부 경기 지역은 서울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3억 9063만 원에서 4억 3278만 원으로 4215만 원 급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 과천시는 전용84㎡ 전셋값이 2년 만에 평균 1억 5450만 원(아파트별 상승률의 평균 21.9%)이나 폭등하며 수도권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양주시(19.3%), 구리시(17.3%), 화성시(16.6%), 시흥시(15.4%) 등이 이으며, 경기 주요 지역의 전세 시장 불안을 주도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가 15.4%로 가장 높은 평균 상승률을 보였으며, 서대문구(14.4%), 동작구(14.0%) 등이 뒤를 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서초구가 1억 1717만 원, 강남구가 1억 1081만 원 올라, 고가 지역의 보증금 증액 부담이 특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면적별 전셋값 상승률의 평균치는 오히려 중소형 주택형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 기준으로 전용84㎡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11.2%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소형(50~60㎡)이 10.8%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형(85㎡ 초과)은 9.8%, 초소형(50㎡ 이하)은 5.6% 상승에 그쳤다. 이는 신혼부부나 3~4인 가구 등 실수요층이 가장 많이 찾는 중소형 평형 위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는 가운데,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크게 오르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특히 매매로 갈아타려던 계획이 막힌 무주택 서민들이, 급등한 전세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