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은 없지만 최소한 7.1%인 올해 예산 증가율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예산은 428조원인 올해보다 30조원가량 늘어난 46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슈퍼예산을 편성할 것임은 이미 5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예고한 바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일자리 문제 등 당면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년도 채 못돼 재정운용 기조가 달라지는 것은 정책신뢰도와 재정준칙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해 8월 확정한 중기재정운용계획(2017~2021년)은 지출 증가율이 내년 5.7%에서 이후 2021년까지 5%대 초반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집권 첫해의 확장적 재정운용은 국정과제 이행 측면에서 이해가 되지만 2년 차부터 지출 증가율을 서서히 줄이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재정 보따리를 마구 풀자는 여권의 기류에서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급격한 재정확대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대단히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나라 살림살이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올해까지 11년 연속 적자재정이다. 2년 연속 슈퍼예산 편성이 자칫 보편적 증세로 이어질 공산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슈퍼예산 편성에 앞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대안부터 먼저 내놓는 것이 공복의 도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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