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남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3년을 선고했다.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는 징역3년6개월,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는 징역3년의 선고가 내려졌으며 이들은 모두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은 특활비를 스스로의 책임 아래 집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금 지급이 적절한 지에 대해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달, 지속적으로 국고를 손실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특활비를 국정원 예산의 본연 직무인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 등에 사용하지 못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다”며 “엄정해야 할 예산집행체계를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예산의 사업 목적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대가를 바라고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것이 아니므로 ‘뇌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남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국정원 특활비 6억원을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보수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이 전 기획조정실장과 공모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압박하고 25억6,400만여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이 전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특활비 상납 업무를 보고 받고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8회에 걸쳐 8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다. 이병호 전 원장 역시 이 전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21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문고리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연루돼있다. 이날 선고는 국정원 특활비의 뇌물성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박 전 대통령 등 연루된 인물들의 1심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사건 재판 역시 같은 재판부가 심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 20일 이뤄진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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