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점을 찍었던 주택매매시장 과열이 입주물량 증가와 맞물리면서 전셋값을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셋값 약세가 가뜩이나 움츠러든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 때문에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올 들어 1~2%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구별로는 9,500가구 입주를 앞둔 헬리오시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송파구가 -2.21%로 가장 컸고 서초구가 -1.92%로 뒤를 이었다. 서울 평균 전세 가격 변동률(-0.29%)에 비해 두드러진 하락폭이다.
전셋값 하락은 매매수요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주 강남 4구 아파트는 0.02 떨어지며 지난주(-0.01)에 이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함영진 직방데이터랩장(서경 부동산펠로)는 “전셋값이 떨어진다고 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입주량이 풍부한 내년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3면으로 계속
지난 2012년부터 급격히 올랐던 전세 가격은 갭투자와 실수요자의 매매수요 전환을 촉발하며 매매시장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을 정점으로 전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올 들어 낙폭이 커지면서 이와 반대로 매수세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가 활발했던 송파·목동 등에서는 전세 가격이 최근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씩 떨어지며 전세자금을 레버리지 삼아 매매하려는 수요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등으로 가뜩이나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세 가격 하락은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은 2016년 이전만 해도 2억~3억원대의 자금으로 전세를 끼고 소형아파트를 살 수 있어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이다.
서울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평균은 3월 말 기준으로 60.7%를 기록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2016년 3월에는 71.5%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매매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하락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도권의 전세가 약세에 따른 매매가 하락이 예상된다. 지난해 37만9,823가구에 이어 올해는 44만가구의 입주가 전국적으로 예정돼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만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21만9,367가구가 입주한다. 서울은 올해 말 송파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의 9,510가구가 일시에 입주하면서 송파구·위례신도시 등 서울 남동부권의 전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함 랩장은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전환 심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 가격 하락이 곧 매매가 하락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 가격 상승이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년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다 이외에도 세금·규제·금리 등이 아파트라는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전세 가격 하락은 매매시장에서 하나의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을지언정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보다는 보유세 강화 여부가 하반기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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