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나무도 삶의 밑거름을 주자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겨우내 눈 맞고 얼었던 땅. 이젠 봄볕에 제 몸을 스르르 녹여낸다. 딱딱했던 바닥의 촉감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나무도 무언가 필요하다는 듯 신호를 보낸다. 농협에 가서 거름을 대여섯 포대 사왔다. 삽으로 푹 질러 포대를 뜯자마자 쾌쾌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이걸 마당에 있는 나무와 과실수에 듬뿍 뿌렸는데 그야말로 냄새가 진동했다. 특히 열매가 열리는 과실수엔 더 많이 줘야 한다는 농협 직원의 말에 듬뿍 뿌렸다. 바람이라도 불면 옆집까지 냄새가 날라 갈까 걱정이다. 하지만 다 이해해주겠지? 다른 집도 비슷할 테니.
첫해에 몇 송이 나온 후 조용했던 포도나무, 3년차엔 다시 좋은 소식 안겨줄까? 거름과 상관없이 잘 자라주는 보리수나무는 올해도 풍성한 열매를 기대해본다. 그 열매로 맛있는 술을 담궈봐야겠다.
텃밭을 넓혀볼까
나름 텃밭 가꾸기에 자신감이 붙었을까. 욕심을 내 보기로 했다. 비록 우리 땅은 아니지만, 울타리 옆에 만든 텃밭을 이웃도움을 빌려 확장했다. 남자 두 명이 삽을 들고 열심히 돌을 골라내고 잡초를 뽑은 후, 거름을 붓고 흙을 개어낸 뒤 섞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텃밭 조금 넓혔다고 이렇게 힘들 줄이야. 바로 옆 500평 정도 되는 밭을 혼자 일구시는 공무원 아저씨를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끔 나에게 땅 좀 빌려 농사지어보라 하지만 사실 엄두가 안 난다. 아무나 하는 농사가 아니다. 농부들의 고귀한 노동에 또다시 고개가 숙여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텃밭에 와이프는 이른 듯 하지만 상추를 심었다. 날씨가 내려갈 땐 어설프지만 비닐도 씌웠다. 와이프는 고추를 많이 심을 생각이란다. 한여름 풋고추 따 된장에 푹 찍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나.
그녀의 변신은 무죄?
자연의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법이지만 이것만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있다. 바로 진드기다. 아파트에 살 땐 침대 등에 진드기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동물들에 달라붙는 진드기는 보통 일이 아니다. 밖에서 생활하고 뒷산에선 풀어놓고 하다 보니 진드기가 많이 붙는다. 약을 뿌리고 손으로 잡고해도 그 때뿐이다. 한두 마리는 오랫동안 달라붙은 채 피를 빨아 먹어 몸집이 제법 커지는데 ‘툭’ 터뜨리면 ‘딱’ 소리와 함께 검은 피가 ‘퍽’하고 튄다.
그나마 방법은 이맘때쯤 반려견 털을 확 밀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털이라도 없으면 진드기를 잡기 쉬워 편하다. 다른 이들은 반려견 미용을 위해 거금을 지불한다는데 진드기 때문에 13만원이나 써야 한다니. 더구나 애견삽 주인이 이 가격도 깎아 준건데 내년부터는 무조건 15만원을 받아야 한단다. 가성비로 따지면 손해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시원하게 털을 밀고 나니 완전히 다른 종이 된 듯한 느낌. 이번엔 꼬리 쪽에 포인트도 줬다.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산책가자./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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