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생산한 TV 대수는 총 3,945만대로 앞선 2016년 생산량 4,742만대보다 16.8%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멕시코, 브라질, 헝가리 등지에서 총 4,463만대 캐파(생산능력)의 TV 생산라인을 가동했는데 실제 가동률은 88.4%에 머물렀다. 최근 3년 가동률 가운데 최저다. 그나마도 가동률 산출 시 모수(母數)가 되는 전체 생산 능력을 2016년 5,230만대에서 대폭 줄였는데도 가동률은 당시 90.7%보다 더 떨어졌다. 생산량 자체가 그만큼 압도적인 추세로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생산량은 2014년 5,506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5년 4,582만대, 2016년 4,742만대로 앞자리 수가 바뀌더니 1년 만에 또 다시 앞자리 수가 ‘3’으로 바뀌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TV 생산량이 1~2년 간격으로 이처럼 확확 줄어드는 것은 글로벌 TV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TV 판매 목표치를 약 4,000만대로 설정한 만큼 생산·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생산량 감소와 관련, 6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데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과의 출혈 경쟁이 극심한 30~40인치 TV를 여러 대 파는 것보다 프리미엄 대형 TV 한 대 파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면서 “표면적으로는 생산량이 줄었을 뿐 초대형 TV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0~40인치 비중을 2016년 65.3%에서 지난해 61%로 줄였다. 대신 50인치 이상 대형 TV 비중은 28%에서 34% 늘렸다.
다만 삼성전자가 전체 TV 시장의 6~7%(60인치 이상·수량 기준)에 불과한 대형 TV 시장을 빠른 시일 내에 키워 물량 측면에서 시장 지배력을 지켜내는 것은 당면과제다. 물량 우위는 유통시장에서 가격 협상력 등의 주도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은 지난해말 기준 20%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LG전자는 12.2%에서 12.6%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20% 점유율 사수’를 위해 올해 QLED TV 출시 가격을 전년 대비 1,000달러(55인치 기준)나 낮췄다. 진입 문턱을 낮춰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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