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실리콘 밸리에 쏟아질 호우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EU, 5월부터 개인정보 사용제한

印, 개방형 공공플랫폼 등장 등

테크경제 과점 폐해 막기위한

정부차원 규제조치 필요성 커져

파리드 자카리아




아마 우리는 지난 2017년을 테크놀로지 산업에 대한 무절제한 신념과 낙관의 마지막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사용했다는 폭로는 많은 사람이 미국의 경제뿐 아니라 미국인의 일상생활에까지 지배력을 확대한 몇몇 대형 하이테크 업체들을 통제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을 숙고하고 있는 시점에 터져 나왔다.

1990년대 들어 정보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와 신기한 첨단기기, 그리고 변혁을 이뤄내는 신기술의 힘에 흥분했고 엄청난 부를 창출하며 단번에 거부의 대열에 합류한 25세 괴짜 애송이들이 보여준 ‘대반전’에 어질어질한 현기증을 느꼈다.

이처럼 미국이 디지털 경제로 옮겨가는 와중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쳤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지 않은 것이다.

통제되지 않은 자유 시장에서 불쑥 튀어나온 듯한 테크놀로지 업체들의 이미지는 결코 정확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는 세 가지 중요한 기술 위에 놓여 있다. 컴퓨터 칩, 인터넷과 위성항법장치(GPS)가 그것이다.

이들 모두는 상당 부분 연방정부 덕분에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들이다. 특히 인터넷과 GPS는 연방정부가 맨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개발해 소유하고 운영하다가 민간 부문에 개방했다.

현대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GPS와 컨트롤센터의 소유권은 지금도 연방정부가 갖고 있으며 미 공군이 이들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쨌건 이 같은 혁명적인 신기술들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일부 다른 산업들을 무너뜨리며 커뮤니티와 도시들을 새롭게 틀 짓자 우리는 그들을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세상의 당연한 이치로 여겼다. 아마도 자유 시장에 사회주의 방식이 개입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유주의자들의 환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금의 테크 경제는 신생 기업들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두터운 벽을 쌓아올린 소수의 매머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신생 업체들은 독립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의 비즈니스 플랜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혹은 애플 등에 인수되는 것이다.

자유 시장이라기보다 차라리 과점에 가까운 상황이다. 사실 새로운 비즈니스 스타트업의 수 역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결과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페이스북 스캔들에서 확연히 드러난 프라이버시 침해다.



수십억 명의 소비자를 다루는 테크놀로지 기업들에 개인은 한 개의 점과 같은 조그만 데이터 포인트에 불과하다. 또 테크놀로지 기업들에 대다수의 개인 소비자는 개인정보를 팔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남녀 소비자의 무력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정보를 민주화했고 비범한 힘과 잠재력을 지닌 상품을 만들어냈으며 삶의 질을 개선했다고 반박할 것이다.

모두 맞는 얘기다. 전화·자동차·항생제·전력 등 전의 신기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바로 신기술이 지닌 힘과 변혁의 임팩트 때문에 개인을 보호하는 한편 경제계의 새로운 강자들을 제어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변화는 두 방향에서 올 것 같다.

먼저 서구의 규제조치는 개인들이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보호해줄 것이다. 오는 5월25일 발효되는 유럽연합(EU)의 새 규정은 개별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더욱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개인정보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도 곧 유사한 규정을 제정할 계획이다.

변화가 올 두 번째 방향은 동방이다.

인도의 기업가 난단 닐레카니가 지적하듯 최근까지만 해도 1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거느린 디지털 플랫폼은 몇 개 되지 않을뿐더러 이들 모두가 구글·페이스북·텐센트 등과 같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현재 인도는 10억명의 자체 사용자를 거느린 디지털 플랫폼을 갖고 있다. (닐레카니의 감독하에 만들어진) ‘아다르’라는 생체정보 신분증 시스템으로 13억명에 달하는 인도 국민 거의 전체를 아우른다.

아다르는 세계의 방대한 플랫폼 중 유일하게 공공의 소유로 등록돼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 데이터로 따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인도에서는 데이터가 개인이 보관하거나 극히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자유 시장에서 대여와 매매가 가능한 개인 자산이 될 것으로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인도는 아마도 개인정보 권한에 관한 한 글로벌 차원의 혁신국가가 될 것이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면에서 혁신을 추가한다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현재의 인터넷 게이트키퍼에 더 많은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서방이건 동방이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건, 아니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건 변화는 분명 테크놀로지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제대로만 다룬다면 그 변화는 더욱 자유로운 시장과 훨씬 강력한 개인의 권한을 만들어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