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책의 해 조직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마사 메데이로스의 시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 중 일부를 인용하며 독서를 통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도 장관은 이어 “소득 3만불 시대를 앞두고 있고 대한민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것이 대견하지만 문화강국에서는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스마트폰에 쏟는 시간은 2시간20분인데 책 읽는 데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채 20분도 되지 않는다”며 “출판이 살아야 책 읽는 사회가 되고, 건강하고 질 높은 사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댓글을 달면서 점점 언어가 살벌해지고 거칠어진다”면서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거친 언어로 여기 댓글 달고 저기 가서 분노하면 내면은 황폐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언어 생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올해는 정부가 25년 만에 지정한 ‘책의 해’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는 도 장관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를 포함한 출판계와 문학계, 언론계 등 23개 기관·단체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민관 합동 단체다.
책 읽는 문화는 정서적인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불황의 그림자가 짙었던 출판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게 도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작가들이 최저생활이 가능한지, 출판 수요는 지속적으로 창출이 가능한지, 출판유통은 잘 되고 있는지 하는 고민에서 ‘2018 책의 해’를 출범한 것”이라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도 장관은 지난해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관련 법 규정이 신설된 것을 언급하며 “의료비 교육비가 아니라 책 구입비가 소득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지만 통과가 됐다”며 “도서 및 공연 지출이 늘어나면 적어도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책 소득 공제가 1~2년 동안 퍼져 인식 변화의 단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출범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막 오른 ‘책의 해’ 사업은 ‘독자와 함께 읽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첫 대국민 행사로 ‘함께 읽는 책의 해 어울림 마당’이 내달 22~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매년 열렸던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행사와 연계해 각종 독자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그램들이 분위기를 북돋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조직위는 △‘나도 북튜버’ △위드북 캠페인 △북캠핑 △북클럽 리그 등 책과 관련된 동영상과 SNS 사업을 추진한다. 아울러 △책 트럭이 전국 독자를 찾아가는 ‘이동 서점, 북트럭’ △서점의 심야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국 심야 책방의 날’ △전국 공공도서관이 선정한 책 읽는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책 읽는 가족한마당 축제’ △전국 도서관의 우수 독서프로그램 발굴 △지역 책축제 우수프로그램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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