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올림픽 개회식은 올림픽 헌장에 따라 각 시대상을 반영하며 개최국의 메시지를 스포츠 축제의 방식으로 전달한다. 지난 1988 서울 하계올림픽은 반쪽 올림픽으로 불리던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달리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평화의 장으로 기억된다. 당시 개회식에서는 비둘기를 날려보내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최근에는 동물 보호 논란으로 동물 방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예술의 향연…개회식은 볼거리다=올림픽 개막식에 본격적으로 예술 행사가 가미된 것은 1984 LA 대회부터지만 2000년대부터는 TV 중계를 염두에 둔 화려한 퍼포먼스가 올림픽에 등장한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은 체조선수 리닝이 성화를 들고 와이어에 매달려 경기장을 비행한 후 성화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연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총연출한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헬기를 타고 런던의 세계적인 명소를 지나 주경기장에 도착했다. 이어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공연하고 ‘해리포터’의 저자가 등장하는 등 영국의 자부심을 드러낸 자리였다.
◇난민팀부터 남북단일팀까지…개회식은 메시지다=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세계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단연 ‘남북 단일팀’이다. 남북한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조성했고 개회식에 동시 입장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평창올림픽이 서울올림픽에 이어 ‘신냉전의 종식’으로 나아가는 장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갈등 완화를 메시지로 개회식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6 리우하계올림픽이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구성한 10명의 난민팀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달고 개회식에 등장했다. 또 리우올림픽은 베이징올림픽의 5% 수준인 55억원으로 개회식을 꾸려 특수효과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인의 축제, 실수도 잦아=화려한 행사지만 단 두어 시간에 개막식이 진행되는 만큼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난다. 약 54조원이 투입된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회식은 러시아 최초의 황제인 표트르 대제 시절을 그리며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고자 했으나 눈꽃 형상이 펼쳐지는 오륜기를 연출하는 장면에서 가장 마지막 눈꽃이 펼쳐지지 않아 ‘사륜’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날아오르지 못해 산 채로 불에 타는 일도 있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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