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이 과세 당국을 상대로 낸 900억원대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 부과’ 항소심에서 세금 부담을 513억원가량 줄여 사실상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최근 조 전 회장이 48개 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 지정 및 통지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총 896억원의 세금 중 513억원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앞서 과세 당국은 조 전 회장이 효성 임직원 명의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배당을 받거나 양도하면서 세금을 누락했다며 세금 896억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관세 당국이 조 전 회장에게 부과한 증여세 644억원 중 477억원을,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29억원 중 4억원을, 양도소득세 223억원 중 32억원을 각각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이로써 조 전 회장은 당초 납부해야 할 세금 896억원 가운데 513억원 감액된 383억원만 납부하면 된다.
조 전 회장에 대한 거액의 세금이 취소된 배경에는 지난해 나온 대법원 판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최초로 증여 대상이 돼 과세된 명의신탁주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적용돼 과세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증여세가 부과된 주식 매도자금으로 동일한 명의수탁자가 거래한 경우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각 계좌별로 최초 명의신탁주식의 배당금과 매도대금 등으로 취득해 다시 당해 계좌주의 명의로 명의개서된 주식에 대해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라 증여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은 반복과세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효성이 다수의 차명계좌를 사용해 양도소득세 신고를 누락하는 등 적극적인 부당행위를 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함에 따라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조 전 회장의 형사사건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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