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55년 역사의 재보험사 스위스 리의 지분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와 정보기술(IT) 업체 등 주력 부문을 넘어 금융 부문에서도 영역을 확대하며 투자회사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스위스 리 지분을 최대 3분의1까지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금액은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스위스 리는 세계 최대 재보험사 중 하나로 시가총액이 33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인수 협상을 위해 스위스 리 경영진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손 회장을 만났다고 WSJ는 전했다. 스위스 리는 이날 “협상이 초기 단계에 있다”고 확인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미국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 2016년 영국 반도체 칩 설계 업체 암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운용액 10조엔 규모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설립해 투자회사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력사업인 이동통신 부문 자회사를 분리 상장해 지주회사는 투자에 전념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앞서 2조엔 규모의 이동통신 자회사 상장 준비를 공식화한 손 회장은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재무균형 강화와 그룹의 새로운 성장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손 회장은 전자상거래부터 무인주행차·가상현실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일본의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소프트뱅크를 글로벌그룹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에 손 회장이 눈독을 들이는 대상은 꾸준한 현금창출이 가능한 보험회사라는 점에서 새로운 투자를 위한 현금 마련에 유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제국’ 건설도 보험사업에서 시작됐다”면서 “버핏 회장은 보험 부문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의 고질적인 부채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는 주로 회사채 발행 등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채규모만도 14조엔에 이른다. WSJ는 “지난해 미 자산운용사 포트리스 인수에 더해 스위스 리 인수가 성사되면 부채가 많은 소프트뱅크의 대차대조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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