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들 단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민들로부터 행위허가 동의를 받아 사업계획 승인을 완료한 뒤 이르면 하반기나 오는 2019년 초에 주민 이주 및 착공을 진행할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와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설계안이 이날 성남시의 건축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성남시 건축위원회가 제시한 추가 조건을 리모델링 조합이 충족시키면 건축심의 절차가 사실상 종결된다. 앞서 지난 8월 분당 한솔주공 5단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안도 건축심의를 통과한 바 있다. 2014년 성남시의 1차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된 5곳 중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를 제외한 4곳의 사업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순인데 건축심의는 리모델링 설계안을 최종 점검받는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내력벽(건물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한 기본 벽)을 토대로 각 집의 면적·평면설계 등을 바꿔 짓는 것을 말한다. 가구 수가 15% 증가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 3개 층(14층 이하 2개 층, 15층 이상 3개 층)까지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15년 이상으로 재건축(30년)보다 짧다.
분당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대부분 1990년대 초중반 준공돼 재건축 연한이 남아 있는데다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내년에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도 아니고 기부채납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또 용적률 200% 내외의 중층 단지가 많아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번에 건축심의를 통과한 느티마을 3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세대 수를 770세대에서 877세대로, 느티마을 4단지는 1,006세대에서 1,154세대로 늘린다. 느티마을 3·4단지는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 안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권리변동계획 총회를 연 뒤 행위허가 동의를 받아 이르면 2019년 초에 이주 및 착공을 진행할 계획이다. 1995년 준공된 무지개마을 4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 5개 동, 563가구에서 6개 동, 647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새로 지어진 84가구는 일반분양한다. 박기석 무지개마을4단지리모델링조합장은 “건축심의 통과 다음으로 입주민들로부터 행위허가 동의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입주민들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주민들과 잘 소통해 리모델링이 무리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당 아파트들의 가격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5억6,000만원 정도였던 느티마을 3단지 전용 58㎡의 시세가 현재 6억원까지 뛰었다. 올해 8월 초 전용면적 74㎡형 가격이 4억9,000만원이었던 한솔주공 5단지는 현재 5억4,000만~5억8,0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분당뿐 아니라 서울 주요 단지들의 리모델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전날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도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현재 653가구에서 97가구가 늘어난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다. 18일 리모델링 총회를 열었던 개포동 대치2단지도 조합원 90%의 동의를 받아 3개 층 수직증축을 목표로 하는 기본설계(안)를 의결했다. 전학수 대치2단지리모델링조합장은 “다음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내년 상반기 안에 안전성 검토와 건축심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등촌동 부영아파트는 이달 26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건설이 선정된 상태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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