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에서 가족에게 간의 일부를 제공하기 위해 검사를 받는 사람의 50%가량이 지방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30~40%, 비만인의 60~70%가 지방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보다 과소평가돼 있는 것 같습니다.”
김강모 서울아산병원 지방간센터장은 “단순 지방간은 체중을 줄이면 빠르게 정상화되지만 염증 반응으로 간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는 지방간염으로 진전되면 환자의 10%가량이 간경화로 악화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센터 산하 지방간센터는 소화기내과·영상의학과·병리과·정신건강의학과·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들이 협진을 통해 맞춤 치료를 한다. 당일 간센터 초음파실에서 빠른 검사와 진단이 가능하고 영상의학과 교수와 협의해 원스톱으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도 강점이다. 전담 간호사와 코디네이터·영양사·운동처방사가 협진과 맞춤형 식습관 개선, 운동요법 등을 도와준다.
지방간은 간세포 사이사이에 고깃국을 끓일 때 동동 뜨는 중성지방이 들러붙어 전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한다. 과도한 칼로리 섭취나 음주,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지방대사 이상을 초래하는 대사증후군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의 80%가량이 이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도 20%쯤 된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간에서 지방 합성을 촉진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를 방해한다. 알코올중독증 환자 등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치료도 병행한다. 장기간의 과도한 음주로 위장·심혈관계·신경계·관절 등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있고 팔다리 저림, 알코올성 치매, 만성 췌장염 등을 앓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를 치료하는 데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간과 지방간염은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섭취 칼로리를 25% 낮추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면서 대사증후군을 치료하고 술을 끊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다. 문제는 간경화 등으로 악화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본인의 의지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는 점이다. 보통 3개월에 체중의 5~10% 감량을 목표로 정해주지만 대부분 5% 감량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단순 지방간을 방치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 간세포가 점차 파괴된다. 지방간염 단계다. 염증은 간을 상처 투성이로 만든다. 섬유화 과정인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간조직이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잃어가는 간경화로 접어든다. 간세포암으로 가는 지름길인데 이 무렵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통해 간섬유화가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1년가량의 생활습관 교정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간 탄성도 검사 결과 간섬유화가 의심되거나 정맥류가 있는경우, 만성 간질환으로 간의 표면이 우둘투둘해졌거나 간기능이 지속적으로 나빠진 경우 등에는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며 “적극적인 체중조절과 정기 추적검사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조직검사는 특수 주삿바늘을 간에 찔러 지름 1㎜, 두께 2㎝가량의 간 조직을 떼내서 한다.
/임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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