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스킨케어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만큼 이제는 남성의 생활 전반에 녹아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추혜인(34·사진) 스웨거 대표가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를 탄생시킨 계기는 미국 유학 생활이다. 특출난 미술 실력에 힘입어 예원학교에 입학했고, 곧이어 영국 명문사립인 베넨든스쿨에 합격했다. 이어 미술·디자인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 들어갔다. 4년간의 미국 유학 시절 조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땐 힙합 음악과 함께 했다.
추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선 처음에 아버지의 권유로 영어미술학원을 했다”면서 “적성에 맞지 않아 디자인 에이전시를 했는데 화장품 업종을 컨설팅해 줄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장품 용기와 포장지 디자인만 맡다가 나중에는 내용물까지 관여하면서 공정 전반을 알게 됐는데 이러한 경험이 창업 자산이 됐다”고 소개했다.
여성이나 유아 스킨케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민 끝에 2011년 남성 전용 스킨케어 브랜드 ‘스웨거(SWAGGER)’를 내놓았다. ‘으스대며 걷는다’는 뜻으로, 유학 시절 힙합 음악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 어린 남자부터 어르신까지 샤워젤을 쓰더군요. 남성 전용 샤워젤이요. 우리는 온 가족이 한 가지 샤워젤을 쓰잖아요. 우리나라에도 남성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텐데, 남성 전용 샤워젤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사업이 시작됐죠.”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 남성을 표현할 수 있는 향을 배합하는 것부터 남성이 선택할 만한 용기를 만들어내는 것 모두 도전의 연속이었다.
추 대표는 “일반적으로 샤워젤의 향수 함유비율이 0.1~0.2%인 반면 스웨거 제품은 2%나 차지해 국내 최초로 ‘향수 샤워젤’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며 “가격도 너무 높게 형성되면 거부감이 큰 만큼 1만~3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파라벤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들어가지 않았다. 남성들의 최대 고민인 탈모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재료만큼은 좋은 걸 써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스웨거를 맞닥뜨릴 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위스키’ 모양의 검은색 용기 디자인이다. 한국디자인기업협회가 주는 베스트패키지상 그랑프리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추 대표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용기에도 디자인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는 게 신념”이라며 “딱 봐도 한국산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글로벌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요즘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화장품을 구매할 때 남성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올리브영 매장에는 남성 스킨케어로는 처음으로 스웨거가 진출했는데 지금까지 950곳 매장에 들어가 있고,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도 스웨거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어 스프레이·헤어 왁스·수분 크림·비비 크림 등으로 제품군이 확장되면서 수출 길도 열렸다. 홍콩 및 마카오의 최대 프리미엄 드럭스토어 ‘샤샤(SASA)’ 120곳에 이미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중국 왓슨스 1,000개 점포에 입점을 확정했다.
올 여름부터는 아마존을 통해 미국에도 진출했다. 미국의 경우 ‘스웨거’라는 상표가 이미 등록돼 있어 ‘사나이(SSANAI)’라는 별도 브랜드로 공략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25억원,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추 대표의 꿈은 진행형이다.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만큼 내년부터는 남성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남성 생활 전반에 녹여 들어간, ‘상남자의 필수품’으로 입지를 굳혀 패션을 좀 안다는 남자들은 누구나 ‘스웨거’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포부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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