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만큼은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이려고 친환경 달걀을 꼭 구입했는데 결국 내 돈 주고 화학 성분을 사들인 꼴이 됐어요. 제가 사용해왔던 생리대조차 화학 성분 덩어리였다는데 대체 이 세상에 제대로 먹고 쓸 수 있는 게 있기나 한 걸까요.”
유통업계 직원이자 워킹맘인 모 업체의 과장은 씁쓸함을 넘어 자조적인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진 와중에 생리대까지 화학물질 부작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연이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만 해도 회사 측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수거 조치에 들어갔다.
포비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타 업체가 생산한 생리대 뿐만 아니라 기저귀 등 다른 제품에도 유해 화학성분이 함유돼 있지는 않은 지 걱정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식품 포비아’가 ‘생필품 포비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수개월 간 ‘핫이슈’였던 북핵이 ‘포비아’에 묻혀버린 것이다. 북핵보다 살충제·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그만큼 더 크다는 것이다.
사실 식품과 생필품 유해물질 파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이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정부 등 관계 당국이 신속히 사태를 해결해 막연한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지만 살충제 달걀 등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지금까지의 사태 수습 현황을 보면 현 정부 주무부처 최고 책임자는 사태에 대해 역할을 최소화와 책임 회피에 급급하기만 했다. 전수 조사, 부처 간 정보 공유 부재 등 사후 수습도 미흡했다. 결국 이것이 소비자를 더욱 불안에 떨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에게 숨김없이 사실을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과 검사 등으로 이원화된 국내 식품 안전 체계 역시 보완점이 없는 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업계 나름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유통업체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선제적인 조취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 정부나 유통업계도 살아날 수 없다.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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