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인사이드’로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반도체 업체 인텔이 노트북PC 시장 축소, 스마트폰 부품 입지약화, 경쟁업체 맹추격 등으로 궁지에 몰렸다. 4세대 이동통신 시장대응에 실패한데다 주요 모뎀 칩 고객사였던 삼성전자마저 자체 개발 제품인 엑시노스를 본격 탑재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인텔 모바일 칩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인원을 감축 중인 인텔코리아가 모뎀 칩 등 일부 사업부문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인공지능(AI) 자동차 개발 관련 팀 직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주력시장인 PC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모바일 판매량은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PC와 태블릿, 모바일폰 등 디바이스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0.3% 하락한 23억대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PC는 지난해 2억7,000만대에서 올해 2억6,200만대로 감소하지만, 스마트폰은 전년보다 5% 늘어난 16억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변화 추세에 맞춰 인텔은 사업구조를 PC에서 모바일 칩 중심으로 재편하려 했다. 지난 2010년 2세대 모뎀 칩을 공급하던 인피니언을 인수했다. 4G 이동통신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출발이 늦은데다 경쟁제품인 퀄컴·미디어텍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피니언 모뎀 칩 대신 퀄컴 등 다른 회사 제품을 썼다. 인피니언의 시장점유율은 1%를 밑돌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그러자 인텔은 지난해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사업을 접고 5세대 관련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SoC 제품을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인텔은 그나마 유지하던 인피니언의 점유율마저 지킬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인텔의 모뎀 칩 2가지를 사용하다가 국내용 갤럭시S7, 갤럭시S8 등 프리미엄 제품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엑시노스는 모뎀기능이 칩 하나에 통합된 ‘원칩’으로 중앙처리장치(CPU) 등이 탑재돼 있다.
모바일 대응전략에 실패한 상황에서 PC 시장마저 위축되자 ‘한국에서 일부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나온다. 인텔은 “철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인피니언 모뎀 칩 판매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 관련 사업부는 철수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제품의 사용을 늘리면서 인텔은 그나마 인피니언이 갖고 있던 점유율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텔이 모바일 전환에 실패하고 주력 사업인 PC 시장마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사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는 5세대 사업에서 고전하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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