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일(현지시간) 추가 대북제재를 내놓으면서 대북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시동을 거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정부가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우리 민간단체의 방북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미국의 이번 대북 추가제재는 주요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2일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방북 승인 여부는 방북신청 내용을 비롯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며 “미국의 이번 대북제재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강한 압박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승인 아래 북한에서 남북공동행사가 열리면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에 역행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매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국내외의 대북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다.
정부가 이번 추가제재 전부터 ‘국제환경’을 방부 여부 결정의 요소 중 하나로 제시한 것 또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열린 대통령-수석보좌관 회의 결과를 전하며 “방북 신청은 사업 목적, 남북관계 개선 기여 여부, 국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려할 것으로 보고드리고 토론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 “국제사회에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가해서 북한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기본 공감대가 있다”며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민간교류라도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상황과 여건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한편으로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에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금강산 행사를 마지막으로 8년 간 중단된 6·15 공동행사가 재개되는 것은 단절된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6·15 남북공동행사를 불허한다면 북한이 ‘문재인 정부도 남북관계 복원 의지가 없다’며 추후 추진될 남북교류에 대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민간교류는 정부가 원칙을 갖고 승인을 해야한다”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여론도 우리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6·15 남북공동행사가 ‘소규모 인원의 방북행사’나 ‘중국 등 제3국 행사’로 치러지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나빠질 대로 나빠진 대북 여론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면서 북한에는 남북교류 복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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