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좋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아직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려 노력 중인데, 미국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2017년에도 두 번 정도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경기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데, 그것을 감내하고 긴축할 만큼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강한가요.
◇미국 경제의 핵심, 민간소비=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70%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소비가 좋으면 전체 경제도 좋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민간소비는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소득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낮아서 소비 여력이 좋습니다. 주택가격 역시 상승하면서 긍정적인 부(富)의 자산 효과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은 2017년 2월에 4.7%로서 완전고용상태를 의미하는 자연실업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실업률 외에도 불완전 취업자까지 포함한 ‘광의 실업률(U6)’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광의 실업률’은 비정규직 개념까지 포함한 실업률이므로 실제 경기에 보다 더 가깝게 체감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특히 ‘광의 실업률’에서 실업률을 뺀 차이는 경기 회복기인 지난 2009~2014년까지 6~7%포인트대였습니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죠. 그러나 최근에는 그 차이가 경기 침체 이전의 4%포인트 중반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노동시장 회복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또한 상당기간 오르지 않던 임금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구매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임금이 오르면 구매력 향상에 따르는 소비 개선의 긍정 효과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여력 제한의 부정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이 낮은 지금은 소비 개선의 긍정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또한 임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확대되면 저물가 시대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미뤄뒀던 소비를 내일이 오기 전에 하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제는 생산과 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생깁니다.
◇생산 및 투자도 살아날 듯, 제조업 경기는 이미 상승 국면 진입=기업 부채를 감축하려는 노력이 2년여 전부터 결실 맺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가시화되고 여유자금이 증가했습니다. 덩달아 투자 확대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금융 위기의 진원지였던 주거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의 고정투자 증가율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경기가 좋은 점은 재고·출하 순환도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경기가 좋아지니까 그동안 창고에 쌓여 있던 재고가 감소했습니다. 이와 함께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되면서 물건이 생산되는 즉시 출하되는 경기 회복·상승 국면에 이미 진입했다고 판단됩니다. 무엇보다 출하 증감률이 재고 증감률보다 높은 점이 고무적이네요.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상존=향후 미국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요인은 감세와 규제개혁, 보호무역 강화,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경제 정책의 현실화 여부입니다. 트럼프 정책 중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경세’를 예로 들겠습니다. 이것은 수입 상품에 관세를 매겨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꾸겠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자국 산업 보호라는 기대효과가 있겠죠. 그러나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월마트 등에서 미국 중산층의 수요가 많은 수입품이 비싸지면서 소비자 후생은 악화되고 소비 지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정부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공약대로 인프라 투자를 더 확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수지 적자누증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의회가 이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입니다. 만약 재정 지출이 확대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역시 빨라지면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 흐름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견고하지만,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공약대로 시행된다면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부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와 수요 확대의 기회 요인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의 통상 마찰 리스크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재협상에 대비해 정부 및 기업의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 수출품의 비가격 경쟁력 제고, 국제기관을 통한 공조 관계 구축 등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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