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는 대부분 말수가 적다. 대신 그들은 숨죽여 기다린 끝에 포착한 결정적 순간의 사진 한 장으로 저간의 상황을 모두 말한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걸프전 당시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는 등 20년을 사진기자로 살았던 고(故) 임정현(1970~2015) 문화일보 기자가 세상을 바라본 시선 또한 그가 유품으로 남긴 사진들 속에서 드러난다.
지난 2015년 4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임 기자의 2주기 추모사진전 ‘사소한 풍경에 끌리다’가 중구 퇴계로의 갤러리 ‘꽃피다’의 개관기념전으로 오는 10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주변 정리할 겨를도 없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임 기자의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의 회사 사물함 유품을 정리하던 중 외장하드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공개되지 않은 수 만장의 사진을 찾아냈다. 추모전 제목은 그가 외장하드에 저장한 폴더이름에서 따왔다.
전시는 크게 4개 주제로 나뉜다. ‘머문자리’는 미국·중국·러시아·이탈리아·라오스·베트남·이라크 등 그가 20년간 오갔던 세계 곳곳의 모습을 담은 사진, ‘사람과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작가의 배려가 잘 배어난 인물사진을 모았다. ‘사소한 풍경’은 낙천적인 성격의 작가가 ‘사소’하다고 이름 붙였지만 무척 ‘귀중’하게 여긴 장면들이고 취재보도 여부를 떠나 자신의 감정과 시선에 충실했던 순간을 보여준다. 마지막 ‘채원이’는 외동딸이 커가는 과정을 기록한 딸바보 아빠의 10년치 성장일기다. 가득한 사진 뒤로 사명감 높은 기자인 동시에 따뜻한 속내를 가진 ‘사람’이 보인다. (070)4035-3344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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